어둠을 깨고 새 아침을 여시는 하나님 아버지,
부활절 새벽, 아직 해가 뜨기 전 고요한 시간에 저희를 주님 앞에 불러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안식 후 첫날 이른 새벽, 여인들은 향품을 들고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슬픔을 안고 걸었던 그 길 끝에서 그들은 빈 무덤을 보았고, 살아나신 주님의 소식을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오늘 저희도 그 여인들의 발걸음으로 이 새벽에 나왔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서 이 새벽을 밝히시니, 저희의 어두운 마음에도 부활의 빛이 비치게 하옵소서. 여인들의 슬픔과 두려움이 놀라움과 기쁨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이 새벽 저희의 마음도 바꾸어 주옵소서. 밤이 아무리 길어도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주님의 부활로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 저희는 무덤 앞에서 울던 이들처럼 주님의 약속을 잊고 살았습니다. 다시 살아나리라 하신 말씀을 듣고도 눈앞의 어려움만 바라보며 낙심했습니다. 무덤을 막은 돌 앞에서 누가 이 돌을 굴려 줄까 걱정만 하고 주님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소망을 말하면서도 염려의 무게에 눌려 지냈던 날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 새벽 저희 마음을 가로막은 무거운 돌을 주님께서 굴려 주옵소서. 부활의 소식을 듣고도 허튼소리로 여겼던 제자들처럼 저희도 주님의 능력을 작게 여겼습니다. 이 새벽 저희의 믿음 없음을 고백하오니 다시 믿음의 눈을 열어 주옵소서.
부활의 주님, 이 나라와 민족에게도 새벽을 열어 주옵소서. 오랜 어둠 속에 있는 이들,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이들에게 생명의 소식이 전해지게 하옵소서. 이 땅의 지도자들이 정직하게 일하게 하시고, 갈라진 마음들이 서로 화해하는 길을 찾게 하옵소서. 이른 새벽부터 일터로 나서는 이들과 밤을 새워 환자를 돌보는 이들을 지켜 주옵소서. 전쟁과 재난으로 무너진 곳에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옵소서. 봄을 맞아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시고, 큰 사고와 병을 겪은 이들에게 회복의 은혜를 주옵소서. 슬픔 중에 이 새벽을 맞는 유가족들에게 다시 만날 소망을 주옵소서.
새벽을 깨워 함께 나온 가족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온 아이들에게도 이 새벽이 오래 기억할 부활의 아침이 되게 하옵소서. 함께 나오지 못한 가족들에게도 부활의 기쁨이 전해지게 하시고, 막혀 있던 관계에 새 길이 열리게 하옵소서. 오늘부터 이어지는 저희의 일상과 일터에도 부활의 생명이 흘러가게 하옵소서. 새벽잠을 이기고 예배에 나온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해마다 이 자리에 함께 서게 하옵소서. 부부와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부활의 소망을 전하는 가정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에 부활의 생명이 넘치게 하옵소서. 사순절 동안 절제하며 기도해 온 성도들의 걸음을 기억하시고 그 기도에 응답하여 주옵소서. 몸이 아파 이 새벽에 함께하지 못한 성도들을 찾아가 주시고 영육간에 강건하게 하옵소서. 이른 시간부터 예배를 준비한 봉사자들과 찬양대에게 새 힘을 주옵소서. 어둠 속에서 차를 몰아 성도들을 태워 온 손길도 기억하여 주옵소서. 부활의 소식이 오늘 하루 우리 교회의 모든 예배와 모임 가운데 울려 퍼지게 하옵소서. 낙심하여 교회를 떠나 있던 이들도 이 아침 다시 돌아오게 하옵소서. 부활절 행사를 위해 밤늦도록 준비한 손길들도 기억하여 주옵소서.
땅끝에서 부활절 아침을 맞는 선교사님들에게도 빈 무덤의 기쁨이 함께하게 하옵소서. 여인들이 제자들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했듯이, 저희와 저희 자녀들도 부활의 증인으로 살게 하옵소서. 다음 세대가 죽음을 이기신 주님을 만나 두려움 없이 자라게 하옵소서. 아직 어둠 속에 있는 민족들에게도 부활의 새벽이 밝아 오게 하옵소서. 교회학교 아이들과 청년들이 오늘 아침 부활을 기뻐하며 친구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게 하옵소서. 선교지의 새벽에도 부활의 찬송이 울려 퍼지게 하옵소서.
이 새벽 말씀을 전하실 담임목사님께 부활의 능력을 더하여 주옵소서.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저희가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게 하옵소서. 새벽의 고요 속에 드리는 찬송과 기도를 받아 주옵소서. 예배를 마치고 밝아 오는 아침 속으로 나갈 때 저희 얼굴에도 부활의 빛이 머물게 하옵소서. 이어지는 부활주일 예배도 주님께서 친히 주관하여 주옵소서. 말씀을 통해 저희 마음에 남아 있던 의심과 두려움이 걷히게 하옵소서. 새벽을 깨워 드린 이 예배가 앞으로의 날들 내내 저희를 붙드는 힘이 되게 하옵소서.
빈 무덤을 남기시고 새벽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