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열매를 거두게 하시는 감사의 하나님,
늦가을 찬 바람을 맞으며 한 주의 중간에 주님의 집에 모였습니다. 주일의 은혜를 안고 시작한 이번 주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출근길과 장보기, 아이들 등굣길까지 저희의 사흘을 빠짐없이 지켜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이달은 한 해 동안 거둔 것을 주님 앞에 내어놓는 감사의 달입니다. 곳간을 채운 곡식뿐 아니라 견디게 하신 시간과 곁에 두신 사람들까지 모두 주님의 선물임을 고백합니다. 가뭄과 태풍 속에서도 들판을 지켜 주셔서 올해도 햅쌀로 밥을 지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지친 몸이지만 감사의 노래로 이 저녁 예배를 시작하게 하옵소서.
주님, 감사를 입으로만 말하고 마음으로는 늘 부족하다고 여겼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남과 비교하며 내가 가진 것을 작게 보았고, 받은 은혜를 내 수고의 결과로 돌렸습니다. 이번 주 직장에서 동료의 실수를 너그럽게 덮어 주지 못했고, 집에서는 가족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감사가 메마른 자리에 원망이 자라났음을 고백합니다. 이 예배를 통해 굳은 마음을 녹이시고,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는 사람으로 다시 빚어 주옵소서. 감사의 열매가 말이 아니라 나눔과 섬김으로 드러나게 하옵소서.
오늘 저녁 나누실 말씀을 사모합니다. 말씀을 전하실 담임목사님을 성령으로 붙드시고, 한 구절 한 구절 풀어 주실 때 저희 영혼에 단비처럼 스며들게 하옵소서. 낮 동안 쌓인 근심을 내려놓고 오직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깨달은 말씀이 남은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주말까지 저희 발걸음을 이끄는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말씀을 듣고 나면 원망하던 입술이 감사의 고백으로 바뀌게 하옵소서.
이달 큰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긴 시간 책상 앞을 지킨 그들의 수고를 기억하시고,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준비한 만큼 풀게 하옵소서. 시험을 마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옵소서. 뒷바라지한 부모들의 애타는 마음도 위로하여 주옵소서. 교회학교 아이들과 청년들이 성적이나 스펙보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먼저 붙들게 하옵소서. 시험이 끝난 뒤 갑자기 생긴 긴 시간을 청년들이 지혜롭게 보내게 하시고, 교회가 그들을 따뜻하게 맞는 쉼터가 되게 하옵소서.
김장철을 맞아 집집마다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는 손길에 기쁨을 주옵소서. 넉넉히 담근 김치가 홀로 사는 이웃과 어려운 가정의 밥상에도 오르게 하시고, 저희 손이 나눔에 인색하지 않게 하옵소서. 첫 추위가 찾아오는 이때 연탄 한 장, 난방비 한 달이 아쉬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맞게 하옵소서. 병원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창밖으로만 보는 환우들을 어루만지시고, 치료의 길을 열어 주옵소서. 환우들과 그 곁을 지키는 가족 모두 영육간에 강건하게 하옵소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한 해 농사를 마친 들녘처럼 이 땅에도 정직한 수고의 열매가 맺히게 하옵소서. 나라의 살림을 맡은 이들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귀하게 여기게 하옵소서. 수확의 기쁨보다 빚을 걱정하는 농어민들과 문을 닫을까 염려하는 작은 가게 주인들에게 희망을 주옵소서. 갈등과 분열이 깊은 사회 속에서 교회가 먼저 감사와 화해의 본을 보이게 하옵소서. 새벽 일찍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 주시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게 하옵소서. 바다 건너 전쟁과 재난으로 거둘 것이 없는 이웃들에게도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옵소서.
남은 한 주를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해는 점점 짧아지고 몸은 쉽게 지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의 일터에서도 감사의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밝히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저녁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하루를 서로 나누며 고마움을 표현하게 하옵소서.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감기로 고생하는 이들이 없게 하시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도 지켜 주옵소서. 주일에 감사의 예배를 드릴 때까지 저희 마음을 기쁨으로 지켜 주옵소서.
우리 교회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받은 복을 세상과 나누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감사 예물을 준비하는 성도들의 마음을 기쁘게 받아 주옵소서. 새로 등록한 가족들이 이 공동체 안에서 감사를 나누는 기쁨을 맛보게 하옵소서. 먼 나라에서 씨를 뿌리고도 아직 거둘 날을 기다리는 선교사님들에게 인내와 기쁨을 더하여 주옵소서. 찬양으로 섬기는 이들과 이 저녁 예배를 위해 먼저 와서 준비한 손길도 복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저희 삶의 가장 큰 감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